무라카미 하루키의 일본판 책 제목은 ‘만약 우리의 언어가 위스키라면’. 이 책을 읽으면 그가 현지에서 맛본 위스키의 풍미와 바닷바람이 스치는 해변 목초지의 풀내음, 해초 향까지도 함께 전해지는 듯하다. 초판이 출간된 지 벌써 24년이 지났다.
나 역시 이제서야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 위스키의 차이를 조금씩 구분해가며 맛보고 있고, 이 세계에 천천히 빠져들고 있다. 다만 솔직히, 아직까지는 이탄이 들어간 마치 병원 냄새 같은 피트(peat) 위스키는 내 취향이 전혀 아니다. 누군가는 그랬다. 위스키를 계속 마시다 보면 언젠가는 피트에 ‘피며든다’고. 정말 그렇게 될까?
우리나라도 몇 년 전 위스키 붐이 있었고, 이제는 가까운 마트만 가도 수십 가지의 다양한 위스키를 접할 수 있다. 병 속에 담긴 색은 비슷해 보여도, 조금씩 서로 다른 향과 맛을 내는 위스키들을 하나씩 골라 마셔보는 재미. 정답이 없는 그 맛을 각자의 방식으로 느끼고, 관심 있는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 역시 위스키만의 매력이다.
위스키를 만드는 데 필요한 곡물과 물도 중요하지만, 진짜 맛을 만드는 건 사람이다. 그리고 무엇보다 오랜 시간 동안 현지 자연환경 속에서 살아가며 위스키를 맛본 사람들은 그 본연의 맛을 이해하고 있을 것이다. 병에 담겨 먼 길을 날아온 위스키에서 오리지널 맛을 완전히 느끼기란 쉽지 않을 것 같다.
그래서 요즘 좋은 사람들과 함께 가까운 나라의 위스키 증류소에 가볼 계획을 세우고 있다. 물론 증류소를 투어하고 오크통에서 갓 나온 위스키를 마시기 위한 색다른 여정이지만, 사실 진짜 주인공은 그 위스키가 아니라 함께 떠나는 사람들과 그 길 위의 이야기일 것이다.
작성자: Lai Go / 작성일자: 2025.07.06